* 두 기업을 비교하는 글이기 때문에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루닛과 뷰노 두 기업 모두의 주주임을 미리 밝힙니다.
1. 뷰노와 루닛의 기술력 차이?
뷰노와 루닛의 기술력 차이는 그다지 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술을 비지니스로 연결시키는 능력에 있어서 루닛이 한 수위 임은 분명하다.
2. 의료영상 진단보조 솔루션을 비즈니스화 하는 전략의 차이
의료영상 진단 보조 제품으로는 수가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수가를 받기 위해서는 기존에 의사가 하지 못했던 것을 하게 해주거나, 불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게 해줌으로써 비용효과성이 있거나 해야 한다. (하반기 스팩 합병 상장 예정인 Heartflow도 수가를 받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게 AI인가? 싶을 정도로 성능 자체로는 좀 애매하더라도 전략적으로 수가를 받은 업체들이 많다.
루닛은 흉부/유방 검사 관련 인공지능 솔루션에 수가를 받으려고 발버둥 치지 않고 받아들였다. 해당 솔루션들에 대한 성능에는 자신이 있으니 GE헬스케어, 필립스, 지멘스, 후지필름과 같은 대기업 X-ray 시스템 업체에 솔루션을 파는 방향을 진작부터 선택했다.
뷰노도 성능은 뒤지지 않으나, 의료기기 업체 보다는 M3나 유비케어 같은 플랫폼 또는 EMR 업체와 협업을 주로 해왔다가 요즘에는 삼성전자/뷰웍스/LG전자/레이언스 등과 같은 국내 하드웨어 업체와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아무래도 GPS 보다는 인지도와 M/S가 떨어지는 업체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또한, 병원에서는 회당 직접 돈을 내면서 솔루션을 쓰는것에 대한 거부감이 클 가능성이 높다. 초기 비용이 다소 들어가더라도 AI 솔루션이 탑재된 X-ray 장비를 사고 회당 지불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편을 병원이나 의사가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뷰노의 삼성 X-ray 장비향 공급이 이동형에서 고정형으로 확대된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클라우드 기반 pay per use 보다 훨씬 사용성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루닛은 글로벌 업체들과 손을 잡으며 확보한 점유율이 벌써 50%에 육박한다. 반면 뷰노는 한 발 늦었다. 옵션으로 탑재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pacs 연동을 통해 직접 상용화하는 전략을 선호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늦게나마 삼성전자 엑스레이에 기본탑재된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루닛은 올해 매출액 100억을 목표로 하고있는데, 현재로써는 매출액 달성에 큰 무리가 없어보인다.
반면 뷰노는 목표는 75억 정도로 잡았음에도 잘해야 30~50억 정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M3향 매출 발생 지연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3. 디지털 병리 AI 솔루션을 비즈니스화 하는 전략의 차이
루닛은 병리분야에도 빠르게 진출했고, 제시하는 비즈니스 모델 또한 훌륭하다. (마케팅도 정말 잘하는 듯)
예를들어, 면역항암제의 주요 바이오마커인 PD-L1의 발현율의 불완정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AI 기반 새로운 바이어마커를 제시했다. PD-L1은 조직을 염색한 후 발현율을 확인하는 반면에 루닛의 AI 기반 바이오마커는 염색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인한다.
PD-L1만 사용했을 때는 양성예측도는 49%, 루닛의 AI 바이오마커만 사용했을 때는 65%인데, PD-L1과 AI를 함께 사용하면 양성 예측도가 88%에 이른다.
비슷한 관점에서, 액체생검 기반 바이오마커 및 동반진단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는 가던트 헬스와의 협업이 주목받고 있다. PD-L1/루닛 SCOPE와의 궁합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 루닛 SCOPE와 가던트 헬스의 액체생검-동반진단이 합쳐지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가던트 헬스가 괜히 루닛에 300억원을 투자한게 아니다.
뷰노도 병리 영상 정량화 소프트웨어 개발, 진단보조 쪽으로 지속 연구 및 개발중이다. 다만, 루닛과는 달리 병리과 의사들의 판독을 보조하는 측면이 강하고 정량화 및 판독보조 기능을 병리 검사용 전자 현미경에 탑재하려는 움직임이다.
물론 뷰노도 바이오마커 분야도 연구중에 있고 논문도 일부 발표했으나, 루닛보다는 진입이 좀 늦은감이 있다. 비지니스 모델을 또한 아직까지 확실히는 세우지 못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병리 분야에서는 루닛의 전략이나 진전도가 넘사벽으로 느껴진다. 암을 정복하겠다는 루닛의 모토에 맞게, 비즈니스 모델도 잘 세워가고 있는 듯 하다.
4. 수가는 누가 먼저 받을까?
다만, 수가는 뷰노가 먼저 받을 가능성이 높다.
뷰노는 영상/병리에 더해 Bio-signal 쪽도 건드리고 있는데, 최근 식약처 승인이나온 Deep-CARS 제품이 올해 하반기 신의료기술 평가로 넘어가면서 한시적으로 수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국내에서 허가가 나온 의료AI 제품들은 대부분 기존 급여로 분류받으면서 신의료기술 평가로도 넘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병원에서 환자에게 비용 전가를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사용률이 저조하다.
반면 Deep CARS에서 제시하는 DEWS는 기존 병원들이 활용중인 MEWS 대비 효과성이 뛰어나다. 다만 심평원에서 이를 병원 업무 효율성 향상 측면에서만 사용될 뿐이라고 판단하면 수가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5. 결론
뷰노는 상장 후 4,000억 수준에 도달했다가 2,000억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루닛은 Pre-IPO 가격만해도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고, 실제 IPO 공모가는 7,000 ~8,000 억원 수준이 기대되고있는 상황이다.
두 기업 모두 기술력은 뛰어나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한정된 인력과 시간을 어떻게 비지니스화 하는가의 영역에서는 루닛이 한 수 위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차이는 루닛의 열린 마인드에서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자문해주는 분들이 김치원 원장님을 포함한 국내외 최고 권위자들이기도 하고, 실제로 그 분들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비지니스화 했다는 점이 훌륭하다.
아무래도 초기 창업 당시에도 루닛은 학부시절부터 마음 맞는 6명이 모였다는 점도 좋은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서범석 대표는 2016년에 참여) 지금은 시가총액 6,000억원 수준의 기업이지만, IPO 시기 정도에는 1조원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고, 지금처럼만 잘 하면 Heartflow의 시총 3조원도 꿈은 아니지 않을까?
물론 뷰노도 굉장히 잘 하고있는 기업이다. 루닛이 1~1.5조원으로 성장한다면 뷰노도 5천억 수준의 기업으로는 성장했을 것이다. Bio signal 쪽을 계속 파는 것도 방법인듯 하다. 헬스리안와 자가심전도 측정 장치를 개발중이기도 하고, 삼성 갤럭시 워치에 탑재가 가능한 SW 개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무래도 삼성종기원 출신이다보니 팔은 안으로 굽는 느낌이다. (뷰노는 창업자 대부분이 포스텍 출신이라 자문위원에도 포스텍 출신 최윤섭 대표가 포함되어있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이지만, 미국의 여러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단순히 기술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닌 타겟을 잘 설정하여 전략을 잘 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임상시험에서 부터 식약처 허가까지 워낙에 들어가는 시간이 긴 분야이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잘 사용하는게 정말 중요하다. 한 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3~4년은 그냥 날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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